141108

Thought / Diary

굉장히 보람차고 행복한 하루였다.

- 일어나니 한낮이긴 했지만, 일단 안과를 가야했다.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안과를 가보니 다래끼 초기 증상이라 지금 약을 잘 먹는다면 다래끼로 진전하지 않고 얼른 낫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병명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안 어쩌구저쩌구 종 정도였던 것 같다. 그냥 염증으로 부었단 이야기겠지.)

-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간만에 카페를 들렀다. 내가 좋아하는 탐탐에 들러 페퍼로니 프레즐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트를 시켰다. 세트라서 학생증 사이즈업도, 나중에 아메리카노 추가 리필도 안됬지만 프레즐이 너무 맛있어서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일도 평소라면 세네시간 정도 걸렸을 분량이었는데(컨텐츠 제작과 개발 작업이 동시에 있었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을 내었다. 아마 일반적으로 이정도 걸리는게 정상이었을텐데, 뭔가 너무 도태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하이라이트는 여기서부터. P가 귀국을 하고 다섯명 정도의 친구들이 K네 자취방에 모였다. 고등학교 때 처럼, 아니 최소한 2009년 처럼 우리는 멍청하게 서로를 베고 누워 멍청한 이야기를 낄낄 거리며 주고 받으면서 멍 하니 시간을 죽였다. 그리곤 족발과 보쌈도 시켜먹고, (약은 내일부터 먹기로 하고) 맥주도 한 잔씩 하고,(족발 배달 오신 아저씨가 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우리를 보시더니 ‘옛날 생각 난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기분 좋게 ‘롤 나잇’을 즐기러 피씨방으로 떠났다. 나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하지도 않는 지라 피씨방을 정말 몇 년 만에 가보았다. 나는 롤을 정말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처럼(고등학교 때 즐기던 카오스를 할 때 처럼) 친구들은 나를 깍두기 취급하며 우리는 정말 미친듯이 헛소리로 깔깔대며(아마 올해들어 가장 즐겁게 웃은 것 같다.) 게임을 하였다. 건전하게 놀고 와서 나머지 5명의 친구들은 K네 집에서 그냥 뭉그러져 누워 다같이 자려고 했고, 나는 내일 일정 때문에 집에 오게 되었다. 조금 아쉽긴 했다.

- 집에 오는 길은 정말 상쾌했다. 이화사거리에서 마로니에 공원 앞을 지나 대학로를 걷는데 밤도 깊고, 공기도 약간 쌀살하고,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도 좋고, 사람도 없어서 너무 기분 좋은 밤산책이었다. 던킨 사거리부터 집까지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랬겠지.) 뛰어서 들어왔는데 5분정도 되는 거리를 뛰었을 뿐인데 집에 오니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왠지 예전에 몸이 엄청 피곤했을 때 잠깐 탁구를 쳤을 때 느꼈던 감정(하루종일 개발일로 심신이 지쳐 몽롱한 상태였는데 바로 거기서 상쾌하게 깨어나는 기분)이 또 느껴졌다. 굉장히 개운하고 맑은 기분이 들었고, 약간의 나른함이 겹쳐져 기분이 더더욱 좋아졌다.

- 오랜 친구들이 주는 심신의 편안함. 최근 나를 압박하는 모든 스트레스들이 그들과 함께라면 모두 잊혀진다. 초조함은 모두 사라지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말이나 지껄여도 즐겁다. 그들은 나를 정말 잘 알고있고 잘 이해해준다. 또 굳이 포장하거나 과장하거나 숨기거나 속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과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더불어 간단한 운동이 주는 아드레날린, 맑고 개운함, 이완감 또한 잊어서는 안되겠다.

- 다 쓴 것 같은데 한 단락만 더 쓰자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자취방에서 애들 모여서 게임하는거 옆에서 멍하니 구경하거나 딴 짓(책 읽거나 그냥 비둥대기)하는 것이다. 그 때 만큼 나는 아무 생각도 안해도 되고, 그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기쁨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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