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도306

Thought / Impression

나는 제5공화국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해서 가끔 심심하면 돌려보곤 한다. 이덕화 아저씨를 비롯한 멋쟁이 아저씨들의 열연, 실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1~2화에 걸쳐서 신군부 등장의 키포인트인 10.26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갑자기 그 당시 법원 판결문이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몇 가지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80도306)

일단 첫 째로, 피고인 김재규가 내란목적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단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는 소수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김재규가 거사(?) 후에 신발도 신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던지, 확실히 승세를 잡을 수 있는 중정이 아닌 육본으로 이동을 하는 등 너무 허둥지둥 하였기 때문에 원래 처음부터 암살을 할 계획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말 그대로 그냥 홧김에 단순 우발적 살인을 했다는 뜻인듯 하다. 그러나 내란의 의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필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살인이 내란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무효라고 이야기 하였다.

두 번째로는, 철학책에나 나올법한 '자연권'이나 '저항권'을 언급했고, 이것을 재판의 근거 규범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는 4.19 의거의 이념을 계승하여 .....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를 비추어, 4.19 혁명이 당시의 실정법상 완전한 불법 행위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 질서를 되찾기 위한 국민의 저항권 행사였음을 인정하고(전문에도 이렇게 법리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갓헌법!) 이를 김재규의 암살 역시 법제적으로 더 이상 사회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다른 권리 구제 방법이 없다고) 판단되어 초법규적인 권리 행사를 했다는 것이라는 의견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3. 대법원판사 임항준의 의견  
.....
(2) 저항권문제
다수의견은 이 문제에 관하여 실정법에 위배된 행위에 대하여 초법규적인 권리 개념인 저항권을 내세워 이를 정당화하려는 주장은 받아들일수 없다는 당원의 1975.4.8. 선고 74도3323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시하고 있는 바, 위 당원의 판례가 우리나라에 있어서 저항권자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인지 저항권을 재판규범으로는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나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A등의 행위는 그 범행내용으로 보아 이를 저항권의 행사라고는 볼 수 없다할 것이므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저항권 문제를 논할 필요는 없다하겠으나 일반적인 문제로 우리나라에서 저항권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이를 재판규범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려운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있음을 지적해 두고저 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정치의 기본질서인 인간존엄을 중심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에 대하여 중대한 침해가 국가기관에 의하여 행하여 져서 민주적 헌법의 존재 자체가 객관적으로 보아 부정되어 가고 있다고 국민 대다수에 의하여 판단되는 경우에 그 당시의 실정법 상의 수단으로는 이를 광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국민으로서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이를 조장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인권과 민주적 헌법의 기본 질서의 옹호를 위하여 최후의 수단으로서 형식적으로 보면 합법적으로 성립된 실정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용의 실정법상의 의무 이행이나 이에 대한 복종을 거부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저항권은 헌법에 명문화 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일종의 자연법상의 권리로서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이러한 저항권이 인정된다면 재판규범으로서의 기능을 배제할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위와같은 저항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근거로는 4.19 의거의 이념을 계승하여 .....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한다고 선언하여 4.19 사태가 당시의 실정법에 비추어 보면 완전한 범법행위로 위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리나라의 기본법인 헌법의 전문에서 의거라고 규정짓고 그 의거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어 위 헌법 전문을 법률적으로 평가하면 우리나라 헌법은 4.19의 거사를 파괴 되어가는 민주질서를 유지 또는 옹호하려는 국민의 저항권 행사로 보았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헌법이 인정한 것으로 보여지는 저항권을 사법적 판단에서는 이를 부정할 수가 었을는지 의문이고 또 저항권이 인정되는 이상 재판규범으로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 실효성을 상실시킬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수도 없다. 다수의견은 저항권이 실정법에 근거를 두지못하고 있어서 이를 재판규범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실시하고 있으나 자연법상의 권리는 일률적으로 재판규범으로 기능될 수 없다는 법리도 있을수 없거니와 위에 적시한 우리나라 헌법의 전문은 저항권의 실정법상의 근거로 볼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다수 의견은, 저항권은 실존하는 실정법질서를 무시한 초실정법적인 자연법질서내의 권리 주장이며, 자연권이나 저항권이 엄존하는 권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인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적 질서를 전제로한 실정법의 범위내에서 판단을 해야하는 재판 규범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였다. 더구나 저항권의 존재 자체가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구체적 개념이 분분한 바, 이를 재판의 준거 규범으로 적용하기가 주저된다고 하였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4.19 의거는 '저항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존재하였다.)

1.  정당행위  
(1) 「저항권」이론
상고이유중의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자연법적으로 논의되어 오다가 이제 그 실정적인 근거까지 찾아볼 수 있는등 현대헌법이론이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저항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없음을 가림이 없이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질서 유지와 기본적인권의 수호를 위하여 수동적저항이든 능동적저항이든 폭력적저항이든 비폭력적저항이든 가리지 않고 다른 권리구제방법이 없을 때 최종적으로 적용되는 권리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유신체제는 그 성립과 운영에 있어서 반민주적법질서와 반인권적체제이어서 이를 회복함에 있어서는 제도적으로나 실제에 있어서 다른 합법적 구제절차가 불가능하였으므로 피고인 A, D의 이 사건 범행을 위 「저항권」을 행사한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적용을 배척하였음은 저항권과 형법 제20조가 정한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그리고 이점에 관한 대법원 1975.4.8. 선고 74도3323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다.
살피건대 당원은 일찍이 "소위 저항권의 주장은 실존하는 실정법질서를 무시한 초실정법적인 자연법질서내에서의 권리주장이며 이러한 전제하에서의 권리로써 실존적법질서를 무시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실존하는 헌법적질서를 전제로한 실정법의 범위내에서 국가의 법질서유지를 그 사명으로 하는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재판권행사에 대하여는 실존하는 헌법적질서를 무시하고 초법규적인 권리개념으로써 현행실정법에 위배된 행위의 정당화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다.
한편 생각하건대 현대 입헌 자유민주주의국가의 헌법이론상 자연법에서 우러나온 자연권으로서의 소위 저항권이 헌법 기타 실정법에 규정되어 있든 없든간에 엄존하는 권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지가 시인된다 하더라도 그 저항권이 실정법에 근거를 두지 못하고 오직 자연법에만 근거하고 있는한 법관은 이를 재판규범으로 원용할 수 없다 더구나 오늘날 저항권의 존재를 긍인하는 학자사이에도 그 구체적개념의 의무내용이나 그 성립요건에 관해서는 그 견해가 구구하여 일치된다 할 수 없어 결국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란 말을 면할 수 없고, 이미 헌법에 저항권의 존재를 선언한 몇 개의 입법례도 그 구체적요건은 서로 다르다 할 것이니 헌법 및 법률에 저항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는(소론 헌법전문중 "4.19의거운운"은 저항권 규정으로 볼수 없다) 우리나라의 현 단계에서는 더욱이 이 저항권이론을 재판의 준거규범으로 채용적용하기를 주저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위 당원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원심에 이점에 관한 법리오해 있다는 논지는 받아들일수 없다.
그러나 이점에 관하여는 대법원판사 민문기, 임항준의 다른 의견이 있다(별항제11 참조)

마지막으로는,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가 단순히 현재 내 몸, 내 상황에 대한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가 아니라, '부마사태', '국가의 안정'등을 기반으로 주장되었다는 것이.. 정말 역사적 전대미문의 사건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참으로 재미있다! 법치주의! 역사는 흐른다! 그리고 판결문은 정말 어려운 문장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내용을 떠나 정말로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학 공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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