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Thought

(주로 대학에서 만난, 사회의 메인스트림을 잘 밟아온)친구들은 요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한가득이다. 술 자리에서 이런 저런 흥으로 술을 마시다가도 예전 같으면 여자 얘기나 군 문제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을 것을 이제 다들 예비군 아저씨가 된지도 몇년이 지나고 하니, 결국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주로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것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같은, 각자 조금씩 달라도 공통된 논지는 거의 비슷하다.

사실 대학 친구들을 제외하면 내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은 거의 공학을 전공하거나 미술을 전공했다. 따라서 크게 미래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탄탄대로에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걱정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일찍 깨우친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취업난이 이렇게 심각한지도 몰랐고 무서운 것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많은 나의 (여자)동기들이 졸업을 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인서울'의 5대 대학에서 그놈의 상경계열 학문을 전공하고, 만점에 가까운 영어 성적과, 그 수많은 인턴쉽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자리를 갖지 못했다.(성격이 모나거나, 요즘 시대에 중요한 가치 기준 중 하나인 외모가 못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눈이 현실에 비해 너무 높았느냐? 그렇지도 않다. 물론 그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꿈과 신의 직장에 들어가고자 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본인들이 투자한 가치(돈과 시간과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원했을 뿐인데, 어디서부터 잘 못 된건지는 몰라도 노동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렇게 술자리에서 친구들의 한탄이 이어지다보면 결국 화살은 나에게 돌아온다. 결론은 '넌 걱정 없잖아!’ 이다. 그렇다. 사실 나는 표면적으로 걱정이 없다. 남들은 내가 내 능력과 적성에 걸맞는 직종 선택을 잘 했고, 그 선택의 길을 차분히 그리고 열심히 잘 밟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더불어 운이나 기회도 좋았고. 하지만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나라고 '정말’ 걱정이 없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열여섯 살 때의 선택으로 사회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났다. 그것은 큰 모험이었고, 도전이었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에 쓴 일기를 보면 아주 가관이다. 그때의 나는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데, 아무도 내가 가야 할 길 따위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냥 묵묵히 나오는 길 따라 가는대로 가다보니, 남들이 보기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어 보이는’ 수준에 도달한 모양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생각 나는대로 쓰다보니 별 두서 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정리하자면 -내 자랑을 하려고 쓴 건 아니고- 그냥 나도 두렵다는 것이다. 아직 성공을 한 것도 아닌데, 친구들이 자꾸 추켜세워주는 바람에 내 스스로 도취되어 이런 말도 안되는 장소에 정박을 하게 되지는 않을지, 혹은 이상한 방향, 잘못된 길로 뱃머리를 향하게 되지는 않을지. 더불어 어렸을 땐 그대들이 안정되었고 내가 불안정했는데, 지금은 내가 오히려 안정되고 그대들이 불안정하듯이 상황이란 것이 언제 어떻게 전복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정말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이 길이 옳은 것인지, 이 길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어떤 때에는 계속해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조금 두렵다.(약간 여기에 모순되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 것, 나태함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묵묵히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길이라고 믿을 수 밖에없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정말 맨 끝에 있는 최종 목적지 정도? 항해를 하면서 대강의 방향만을 알 수 있는 하늘의 별자리 정도 이다.

휴.. 사실 야밤에 이 거지같은 글을 쓴 이유는 내일부터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출발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또 어떤 사람을 만날지 알 수 없기에 지금 너무 흥분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마 나를 최선의 결과로 이끄는 과정 중 하나일 것일텐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 질 것임을 머릿 속에 다시 한 번 잘 새겨야겠다.

그리고 친구들과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 뿐이다. 'We are young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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