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일요일.

Thought

  • 일어나자 마자 밀린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는 쓰레기를 버리고 집 앞 슈퍼에서 장을 봤다. 오후 4시 즈음 첫 끼니로 장 봐온 삼겹살을 구워먹었는데, 집에 있는 쌈장이 유통기한이 지나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물을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말랑해지지 않을까 싶어 돌렸다가, 펑 소리와 함께 온 방 안에 탄내가 진동을 했다. 환기를 시켰다. 결국 고추장에 참기름을 섞어 장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사실 고추장도 유통기한이 약간 지나있었다. 별 대수롭지 않았다. 간단하게 업무에 관련된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내 스스로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 스타워즈4를 보았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내 영어 이름을 'Luke'로 지으려 했었던게 떠올랐다. 팔도비빔면을 끓이고, 유동골뱅이 캔을 따 비벼 먹었다. 삶은 달걀도 올렸다. 참기름 한 숟가락에 환상의 조합이 되었다. 또 뭐했지.. 아 책을 읽었다. 새로운 책을 읽고 싶었지만, 서점에 갈 마음이 없었기에 책장에 꽃혀있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다. 왜 내가 삼대구년 전에 사서 안읽고 책장에 쳐박아 놓았나 했더니 정치색이 너무 짙은 느낌이었다. 결국 두세 챕터를 읽고 다시 책장에 넣어놓았다. 티비를 켜서 연말 가요 대전을 보았다. 아이유가 MC였다. 아는 아이돌 가수가 별로 없었다. 티비를 끄고 개발 관련 아티클들을 읽었다. 뉴스 기사를 좀 봤다. 밀린 웹툰을 봤다. 소스를 좀 보다가 윈도우에서 빌드가 안되어서 결국 때려치웠다. 의미 없이 페이스북을 새로고침해댔다. H와 통화를 두 번 했다. 낮에 사온 소고기 육회거리 200그램에, 간장 두 숟가락, 꿀 두 숟가락, 참기름 한 숟가락, 다진 마늘 한 숟가락을 넣고 비벼 육회를 만들어 먹었다. 백세주도 한 잔 곁들였다. 맛은 없었다. (패인은 후추의 부재인 것 같다. 그냥 사먹는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약간 알딸딸하다. 옛날 노래를 들으며 궁상을 떨었다. 괜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화장실 청소와 옷 정리는 못했다. 일요일 끝.
  • 시간이 난 김에 한 해를 마무리, 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난다. 2015년은 나에게 너무나 거대한 tipping point 였다. 어원 그대로 작은 변화의 연속, 무언가 준비 없이 도래한 큰 변화.
  • 일상의 흐름에 질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최근 일련의 상황들, 그리고 L의 퇴사, K의 입사를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n인(n+1)각의 아주 긴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아무도 뒤쳐지지 않도록 모두가 보조를 맞추어 가는 것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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