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Impression / books

H와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기로 하였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으나, 하루 중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하던 오버워치 경쟁전 점수가 1800점대로 떨어진 이후에는 도저히 열이 뻗쳐서 할 마음이 안드는 관계로.. 오버워치 하던 시간에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다. 책을 다 읽고 가볍게 감상을 논하는 시간도 갖기로 하였기 때문에 첫 책의 제목을 따 '문학실격(?)'이라는 모임 이름도 지어보았다.

첫 책은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슈퍼문을 보러 잠실에 들른 김에 반디앤루니스에 들러 골라보았다. 1948년 작인 일본 장편 소설인데, 정말로 엄청나게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비통하고 우울한 일제 강점기 즈음의 근대 한국 문학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실 <인간 실격>은 2013년이었나, 14년이었나에 들었던 '문학입문' 수업에서 다른 조원들의 발표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그 때 우리 조는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을 발표했었지.) 그 때는 수업 시간에 딴짓하느라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었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된 것이다. 문학에 대해서는 '실격'이라고 표현할 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나 이지만, 개략적인 평이라면.. 일단 무척 재미있었고 심리선, 감정선을 따라가는게 너무 즐거웠다. 내가 한국 근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이, 근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도 너무 좋았고, 개인의 고독감과 무력함도 너무 잘 드러나있어 좋았다. 반면에 마지막에 낫으로 다 베어버린다던지, 집을 불태워버린다던지, 옥상에서 뛰어내린다던지 하는 카타르시스(?)적인 결말은 존재하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더불어 완벽히는 아니지만, 주인공의 삶, 생각, 행동 그리고 시대상에서 내 삶을 투영해 보고 그것을 이해해보고자 노력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매우 감명 받은 부분도 꽤나 있었더랬다. '부끄러운 삶'. 완독 후 인터넷을 찾아보니 자살한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성격을 띈 유서 격의 소설이라 하여 그 의미가 또 새롭다.(다자이 오사무의 생애에 대해 찾아보니 또 더 그렇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데(나는 여태 공부하는 책이 아니고서야 한 번 읽으면 땡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J형의 말도 그렇고, 거의 10년 가까이 무한히 읽고 있는 현진건 단편 소설집에서 느끼는 점이 매년 달라지는 것도 그렇고..) 머릿 속이 너무나 우울해질까봐 차마 못 읽고, 먼 훗날이나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한다. 일본에서는 지폐에도 그려져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다음으로 역사상 판매 부수가 많은 소설이 바로 <인간 실격>이라고 하니, 이것에 또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새삼 궁금하다.

여하튼, 읽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렇게 간략하게라도 생각을 정리해보려 하니 쉽지 않다.(공개된 블로그에 무언가 더욱 진솔한 평을 남기는 것도 조금 부끄럽고..) 일단 다음 책은 요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가 될 것 같다. 양이 많다고는 하는데 무척 쉽고 즐겁게 읽힌다고도 하고, 첫 번째 책이 소설이었으니 두 번째는 비소설로 한 번 가보고자 한다. 여튼 2주의 한 권이 차근차근 모여 생각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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