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동을 떠나며.

저는 내일 정들었던 명륜동을 떠납니다. 2010년 쪽문, 보글보글 식당 골목에 위치한 자그마한 자취방에서 시작했던 명륜동 생활이 이제는 정말로 끝이 나는 셈입니다. (아직 졸업을 하려면 3학기 정도가 남긴 했지만, 본전공인 경제학을 모두 수료했고, 앞으로는 율전캠에서 컴퓨터공학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명륜캠에 올 일이 아마 드물 것 같습니다.)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수 많은 추억이 담긴, 스무살 이후의 고향과도 같은 이 동네를 떠나려고 하니 영 섭섭한 기분이 듭니다. 가령 아주 조용했고, 지는 해가 스며들던 스물 한 살 때의 작은 방. 친구들과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연애, 병역, 미래에 대한 때묻지 않은 고민을 이야기하던 시간들. 혼자 잠 못 들어 산책 나와 앨범을 두 번이나 돌려 들었던 작은 벤치. 시원한 바람이 불던 경제관과 인문관 사이. 여름 밤 자유의 공기에 취해 걷던 캠퍼스. 푸르게 밝아오던 새벽녘. 눈 오던 날의 명륜당. 길 잃어 우연히 들어간 해 지던 성곽길. 학관 옥상에서 유성우를 보던 날..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가끔은 힘들었지만 대체로 행복했던 순간들과 장소들을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우면서 동시에 싱그러운 느낌을 가진 이 동네에서 20대 초반의 대학 생활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합니다. 더불어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점차 멀어진 많은 인연들에게도 깊이 감사하며 추억합니다. 저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최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에서 최종 10인에 선발되어 바쁘면서도 보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이 정착하게 될 동네 혹은 어떠한 사회에서도 명륜동에서 있었던 것 처럼 또 다른 좋은 순간과 기억들이 있기를 소박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명륜동에서의 추억에 많은 부분을 함께 해준 이종진과 김종구형, 김민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작게 전합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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