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Thought

C와 점심을 먹으려 사무실 뒤에 있는 이자카야 집을 찾았다. 낮에는 점심 메뉴로 카레, 돈까스, 규동 등을 파는 곳 이었다. 식사를 다 하고 일어나보니 옆 테이블의 세 남녀가 즐겁게 낮술을 마시고 있었다. 소맥. 회사원들이 즐비한 대낮의 역삼동에서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나도 뭔가 낮술을 잔뜩 마시며 늘어져 있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또 체력의 저하가 걱정되기에 마셔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흠. 2009년에는 동아리 방에서, 잔디 위에서, 벤치 위에서, 음식점에서.. 낮술을 정말 자주 먹었고(아마 1학년 때는 멋쟁이 J형, 그 이후에는 L의 영향이 컸으리라.) 그 것 때문에 많은 즐거운 일들과 추억, 그리고 이야기와 깨달음이 있었는데, 이제 나는 점점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스타트업을 하는걸까? 정말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예전에 창업결심서를 썼을 때 느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Manage my own work' 할 수 있다는 것과,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체력은 점점 동이 나고, 이런 저런 재미를 포기하게 되는, 더불어 일에 치여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이 상황은 고찰이 필요할 것 같다.(어제는 이 일로 H와 작은 논쟁이 있었다. 나는 결국 감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나의 존재와 나만의 시간은 점점 사라져간다. L의 표현을 빌려, 나는 결국 이렇게 시시한 겁쟁이 어른이 되어버리고 마는걸까. 나는 계속 철 없고 싶다. 그래서 이 전쟁 같은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다.

문득 나의 삶에 스트레스를 주는 모든것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트러블 슈팅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차 없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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